잘생긴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연기력으로 압도하는 톰 행크스의 젊은 시절의 명연기를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 5번 이상은 본 것 같습니다. 오래전 영화이지만 지금의 영화들과 비교해도 크게 낡았는 느낌이 들지 않을 만큼 세련된 연출과 영상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래서 스티븐 스필버그 하나 봅니다.
영화는 퀴즈쇼의 한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19살이 되기 전에 이미 항공사 조종사, 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등 여러 신분을 사칭하고 수표를 위조한 한때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기꾼 프랭크 윌리엄 에버그네일 주니어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입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바로 프랭크 윌리엄 에버그네일 주니어를 연기하고 톰 프랭크는 이를 끈질기게 추격하는 FBI 수사관 칼 헨리를 연기합니다.
위장과 위조는 프팽크의 선택이었나
프랭크는 사업가 아버지 덕에 유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으나, 16살 무렵 아버지의 사업이 기울며 집안 형편이 어려워집니다. 형편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어머니는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우고 부모님은 이혼에 이르게 됩니다. 같이 살 부모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프랭크는 가출합니다. 환경이냐 유전이냐 육아에 대해 아직도 논쟁이 분분합니다. 이 영화에서도 프랭크가 사기꾼이 된 실마리로 이야기하는 부분이 아버지에게서 비롯됩니다. 프랑크의 아버지가 망하게 된 이유가 탈세 혐의였고 프랭크의 현란한 화술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음이 분명합니다. 영화 대사에서조차 아버지에게서 배웠다는 말이 나옵니다.
전학을 간 학교에서 일주일 동안 대체 교사 행사하고 가출한 후에는 수표를 위조하여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사람들이 항공사 기장을 경외시하는 것으로 보고 팬 아메리카 항공사 부기장을 사칭하게 됩니다. 학생기자로 기장을 인터뷰에서 관련 정보를 알아내고 유니폼을 구해 공항을 활보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권위 있고 신망이 높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위조수표를 현금으로 바꾸는 것도 훨씬 수월 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사람들이 그러리라고 의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때를 계기로 변장과 위조에 물이 올랐다고 해야 할까요.
프랭크는 아슬아슬하게 의사, 변호사 등으로 직업을 바꿔가며 그를 추적하기 시작한 수사관 칼을 따돌립니다. 의사로 사기 칠 당시 만난 간호사 브랜드가 부유한 집안의 딸이라는 걸 알고 유혹하여 약혼하게 되고 잠시 화목한 가정을 꿈꾸는 것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칼의 추적으로 어머니의 고향인 프랑스로 다시 도주하게 되며 다시 도주한 곳에서는 본격적으로 위조 수표를 만들게 됩니다.
칼은 결국 그를 붙잡아 미국으로 송환하게 되지만 프랭크의 뛰어난 수표 위조 기술과 지식에 탄복하여 금융 보안 시스템을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이후 프랭크가 고안한 수표 위조 방지 시스템은 금융계에 큰 혁명을 일으켰다는 말을 끝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이것도 영화가 주는 교훈일까요. 이 시스템으로 프랭크는 진짜 돈을 벌게 된다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법을 농락하고 사기를 치고 다닌 사람이 그 능력으로 국가에 일조하게 되고 돈을 번다는 스토리가 매우 이상적인 동시에 역설적으로 느껴집니다.
허구가 아닌 실화
앞서 말한 것처럼 영화는 사기꾼 프랭크 윌리엄 에버그네일 주니어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지만 사기 수법은 회고록과 거의 동일하지만 인물 관계는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이 회고록 자체가 사기라는 주장도 있는데 중 감옥을 탈옥하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사실은 거짓이며 사실은 몇 천 달러의 수표를 위조한 것 밖에 없었으나, 그의 거짓된 자서전이 히트를 하며 거짓이 사실인 것처럼 알려지게 됐다는 것입니다.
만약 회고록의 내용이 사기라면, 이 사기꾼은 다시 한번 사기를 친 것이 되겠네요.
사기라고 해도 대단한 능력
프랭크는 다양한 직업, 그 중에서도 전문직으로만 변신하며 사기를 칩니다. 의사, 변호사 등을 사칭할 때 그냥 유니폼을 입고 그런 척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고 수술과 관련된 지식 등을 공부해 가짜 의사임에도 수술까지도 집도합니다.
영화 제목 자체가 (Catch me if you can)은 ‘잡을 테면 잡아 봐’라는 뜻으로, 어떤 순간에도 놀란 기색 없이 임기응변으로 빠져나가고 뻔뻔하게 사기를 치는 것에 있어 마치 그게 사실인 것처럼 혹은 다 예상했다는 것처럼 긴장하거나 당황한 모습 없이 다른 모습으로 본인을 바꾸는 ‘프랭크’를 그리고 그런 그의 능력을 상징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사기꾼과 천재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프랭크에게도 그를 그렇게 살도록 한 가정환경 등이 있었다고 이야기를 쓰지만 결국 그런 삶을 선택하는 것도 본인의 몫일 것입니다. 처음부터 천재적인 두뇌를 조금 더 나은 곳에 쓰면 그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진부한 생각도 잠시 해보았습니다.
가짜 모습 안에 숨겨진 진짜 마음
능수능란하게 모습을 바꿔가며 누구나 선망의 대상으로 삼는 직업으로 위장하여 사기를 치면서도 프랭크는 늘 외로움 왔습니다. 영화의 중간마다 아버지와 대화하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의지할 수 없었던 가정상황과 이미 벌려 놓은 삶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돌아서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본인이 만든 삶에 끌려다니게 되는 것이죠.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그에게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이 다름 아닌 그를 쫓는 수사관 칼이었습니다. 프랭크의 수법에 당하면서 점점 집요하게 수사망을 좁혀가고, 꼭 잡고 말겠다는 생각으로 쫒지만 프랭크와 대화를 시작하면서 뭔가 모를 연민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마음으로 정이 든 걸까요. 결국은 칼이 프랭크가 항상 갖고자 했던 친구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가 되게 됩니다.
결국 프랭크의 시작을 칼이 바꿔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디카프리오가 아닌 또 다른 꽃미남 디카프리오의 연기를 보고 싶으시다면 가볍게 맥주 한잔과 함께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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