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핫한 배우 중 한명이 손석구라고 합니다. 최근 연애 빠진 로맨스부터, 나의 해방일지와 범죄도 시2 그리고 카지노까지 연달아 히트 치고 있는 배우입니다. 어찌 보면 특별할 거 없는 이야기에 손석구라는 배우가 담백하면서도 재미있게 한 편 볼 수 있는 로맨스를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이런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항상 진심으로 걱정하고 조언해주는 주인공 친구들이 등장합니다. 문득 이런 친구들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삶의 작은 행복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물아홉 ‘자영’과 서른셋 ‘우리’
두 사람은 데이팅 앱으로 만나게 됩니다. 함자영(전종서)'과 '박우리(손석구)'라는 화장실 낙서 같은 이름표를 달고 주인공들은 아주 평범하면서도 무언가 특별함이 있는 것처럼 영화는 시작됩니다. 자영은 전 남친과 헤어진 후 연애 은퇴를 선언했지만 외로움에 에라 모르겠다. 홧김에 데이팅 앱에 가입했고, 잡지사에 다니는 우리는 마지막 연애에서 뒤통수 맞고 친구가 반강제로 데이팅 앱에 가입시킵니다. 편집장으로부터 19금 칼럼까지 얼떨결에 떠맡게 되자 겸사겸사 칼럼 소재까지 얻을 수 있지 않겠냐며 친구가 여자라도 만나 보라고 억지로 데이팅 앱에 가입시킨 것입니다. 그렇게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난 두사람은, 설 명절 아침, 연애인 듯 아닌 듯, 가벼운 듯 아닌 듯 미묘한 관계 속에서 속마음을 쉽게 터놓지 못하며 이상스럽게 두 사람의 연애 빠진 로맨스가 시작됩니다.
내 이야기가 인기 19금 칼럼으로
우리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꾸밈없이 털어놓는 자영의 솔직한 말들을 칼럼으로 쓰게 되고, 칼럼은 인기 칼럼으로 히트를 하게 됩니다. 칼럼은 히트를 하고 계속 연재해야 했지만, 그렇게 계속 만남에 따라 자영에게 진지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잡지사는 인기 있는 칼럼을 그만두고 싶지 않았고 우리에게 계속 쓰도록 강요하지만, 자영에게 진지한 감정을 느낀 우리는 그만두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가 그렇듯 고백하려는 상황에 자영은 우리가 둘 사이의 일을 칼럼으로 쓰고 있음을 알게 되고 그렇게 배신감에 둘은 헤어지게 됩니다.
그 후 우리는 잡지사에서 퇴사하게 되고, 자영을 잊지 못하지만 차마 직접 연락하지는 못한 채 미련만 가지고 살아갑니다. 자영 또한 배신감을 느끼긴 했지만, 그동안 우리가 보여줬던 태도가 연기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고 우리에 대한 감정이 남아있다는 걸 느낍니다.
그렇게 둘은 다시 처음 만났던 평양 냉면집에서 만나게 되면서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영화는 수위를 넘나듭니다. 가족이나 이성 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았다면 민망할 수 도 있는 장면이 계속됩니다. 저는 남편이랑 보았는데도 살짝 민망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아직은 우리나라에서는 성과 관련된 대화를 허심탄회, 편하게 할 만한 환경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시대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무언가 하면 안 되는 얘기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영화는 그렇게 조금 과하다 싶을 만큼 색깔을 표현하며 진행됩니다.
조금 색달라지고자 했던 로맨스 코미디
그렇게 언뜻 가벼운 듯 만난 두사람은 육체의 본능을 채우다 점점 감정이 생겨나면서 변화하는 관계와 일련의 사건들을 재미있게 풀어냅니다. 로맨틱 코미디의 장르 상 사실 어찌 보면 조금 뻔한 영화이기에 벌어질 법한 이야기들을 다루면서 보는 사람들이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는 사건들을 다루기도 합니다.
과정이 어찌 됐든 사랑이 고픈 두 사람이 만났고, 또 여러 가지 사건들을 함께 겪으면 진짜 연애를 하는 것처럼 만남이 계속됩니다. 장르와 영화 제목에서 아시다시피 영화 자체가 진지한 멜로물이 아니니, 충분히 감안하고 본다면 가벼우면서도 그들만의 연애를 통해 색다른 생각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손석구를 잡지사 에디터로 설정하여 영화의 전개를 잡지사 에디터가 지어낸 가십성 글처럼 만들어가는 플롯을 택합니다.
그 구성안에는 독특한 캐릭터가 필요하고, 그래서 이름도 그리고 성격도 무언가 흔하지 않은 개성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들이 등장합니다. 충분히 현실성이 없는 것이 오히려 나을 때가 있습니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보는 사람이 알 거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영화는 자영의 가족과 친구들을 통해 이 모든 것이 자영의 이야기인 것처럼 들려줍니다. 내레이션 형식을 빌려 마치 실화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자영의 이야기를 합니다.
조금 과한 듯한 말장난 아래
영화를 진지하게 분석하자면 꽤 신랄한 비판도 가능하겠습니다. 처음부터 파격적인 대사와 과감하게 전개할 것 같던 영화는 막상 이렇다 할 사건을 통해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하지도 않고 그저 주인공들의 수위를 넘나드는 말장난 정도로 시작하여 끝납니다.
극 중 우리의 기고 글이 '정말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보여주지 않는 개성 덕분에 독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는 설정을 집어넣어 영화도 이렇다 할 것이 없지만 재미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하려는 듯한 의도가 보이기도 합니다.
차라리 독립 영화였으면 조금 더 개성 있는 전개가 됐을까요. 상업영화의 틀에 맞게 끼워 넣으려 하다 보니 작가의 개성이 많이 절제되어 들어 감으로써 조금은 그저 그런 로맨스 영화가 결국 되어 버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영과 우리의 캐릭터를 탄탄하게 만들어 놓아서 일까. 말장난식으로 주고받는 대사가 생각보다 공감대를 끌어내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상황을 줄줄이 늘어놓으며 이 와중에 어떻게 연애를 하냐는 말로부터 지금 시대의 딱 그 나이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정서적 공황을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연애’가 빠진 로맨스를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합니다.
‘연애’ 빠진 로맨스라는 것은 사실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바쁜 상황에서 더 이상 다른 것들에 의해 힘들어질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말이 아닐까요. 앱을 통해 가볍게 마음에 든다는 표시를 주고받다가 어쩌다 서로 맞게 되면 하루만 만나보자는 마음가짐으로 만나게 된다는 요즘 청년들의 말을 가만히 다시 들여다보면 진지한 관계에서 오는 두려움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볍게 만났으니 가볍게 헤어져도 상처받을 필요가 없고 책임져야 한다는 짐이 없어지니 그편이 편하지 않느냐는 말은 진지해지고 싶지만 진지할 수 없는 상황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자영과 우리의 이야기는 절대 가볍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에서 자주 등장하는 ‘가벼운 만남’에 대한 뉴스에 불편한 마음이 많이 드셨다면 잠시 맥주 한 캔과 함께 이 영화를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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